본문 바로가기
전기 전자

시설관리직 업무 경험과 조언

by 꿀팁 뉴스 2020. 11. 25.

시설관리직 업무 관련 경험과 조언입니다.

 2001년도에 군대 전역하고 3일 뒤 교차로에서 동네 가까운 영세민 아파트 기전실 직원 모집공고를 봤죠. 공고 전기과 졸업하면은 거의 다 주는 전기기능사 하나 들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입사했었습니다. 세대수가 적어서 자격증은 전기안전관리업체에서 선임하고 기사 2명이서 맞교대를 하는 아파트였지요. 혼자 근무를 하니 일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일도 없고 계속 그냥 아무것도 몰랐죠. 2년 동안 정말 가로등이랑 계단 등 합쳐서 램프 80개 교체한 게 했던 일의 전부이고 지금 기억나는 것은 게으름에 빠져서 오수정화조가 침수된 것을 모르고 도로에 물이 역류된다는 신고를 받고 발견한 것과 집에 TV가 안 나온다는 연락을 받고 아파트 옥상의 TV공청안테나 케이블을 재접속한 것이 기억납니다. 너무 게을러지다 보니 밥 먹는 것도 귀찮더군요.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퇴직서를 던지고 나왔죠. 그렇게 2년의 시간을 버렸습니다. 그리고 입사한 곳이 나름 규모가 있는 대학병원. 계약직으로 2년만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준다는 말만 믿고 덥석 입사했습니다. 하는 일은 전등 램프 갈고 콘센트 갈고 집수정 배수펌프 점검. 뭐 이런 잡다한 일을 하면서 2년을 버텼죠. 기억나는 것은 전기를 차단시키지도 않고 콘센트를 교체하는데 위의 박스에 연결된 피스를 풀지 않고 콘센트 단자 바로 위에 박혀있는 피스를 풀고 분해하다 접속단자에 감전되었었습니다. 물론 요즘 나오는 콘센트는 일체형이라 그럴 일 자체가 없지만요. 중요한 건 그 누구도 차단기 내리고 작업해라. 콘센트 교체할 땐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난 뒤 말이 바뀌더군요. 대학병원은 병원장 아래 이사회가 있습니다. 계약직에서 정직원 전환 시 이사회에서 승인이 나야 하는데 부결되어 버린 겁니다. 열 받아서 따지고 드니 계약서를 보여 주는데 계약서에 2년 근무 시 정직원으로 전환된다는 문구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냥 인사담당자의 구두 약속만 믿고 그렇게 희망을 가지고 기다린 저를 원망했지요. 정말이지 죽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낫지만 뭐.... 죽을 수 있나요. 또 다른 직장을 알아봤죠. 일을 하면서 직장을 거의 2년마다 옮겼습니다. 섬유공장 공무과, 빌딩, 개별난방 아파트, 주상복합 아파트, 중앙집중식 아파트, 지역난방열병합 아파트, 입주 아파트... 아파트 내선공사도 1년 정도 하고 동네 전기 재료상 사장님 따라서 잡다한 공사도 간간히 했네요. 병원에서 쫓겨나다시피 퇴사한 후 정말 이 악물고 기술을 배웠습니다. 중앙집중식에선 보일러 기사에게 배우고 지역난방은 독학으로 설명서 보고 배웠는데 지금은 설비가 전부 자동화되어서 쉬워졌지요. 입주 아파트는 이제는 의외로 쉽지 않습니다. 새로운 설비(절전 콘센트, 복잡한 홈오토, 공조기능, 실외기 전동 루버 등등) 기준 구 아파트 살던 입주자에게 그리고 전입자에게 끊임없이 시달립니다. 잘 모르니 일단 관리소에 전화부터 하는 거죠. 하자가 아니니 건설사에 떠 넘길 수도 없습니다. 주상복합 아파트는 보통 부지가 좁아서 조경은 별로 할 게 없습니다. 다만 오피스텔 혼합 건물이라면 관리해야 할 시설물이 조금 더 늘어납니다. 지역난방 아파트는 건설사에서 시공을 엉터리로 한 경우에는 겨울에 난방 민원이 많기 때문에 근무 여건이 좋지 않습니다. 빌딩은 보통 온수용 보일러와 흡수식 냉온수기(공조기 포함) 이 있습니다. 상가형 빌딩은 거지 같고 오피스 용도의 빌딩은 나쁘지 않지만 가장 일하기 좋은 빌딩은 사옥으로 하나의 회사가 사용하는 곳이 베스트입니다. 근무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아파트는 개별난방이고 세대수가 적으며 부지가 좁고 소방화재수신기가 근무지 바로 옆에 있어야 하며 화재신호가 발생하면 바로 경종과 비상방송 중지할 수 있고 하나의 라인에 2대 이상의 승강기가 설치되어 있고 지하의 기계실과 전기실이 가까이 있고 대기실이 전기실 또는 기계실에 인접해 있으면서 소음이 적은 곳이 좋습니다. 당연히 주차장이 나뉘어 진곳보다 통 주차장으로 붙어있는 곳이 이동과 관리가 편리하겠지요. 시설관리 직종은 계약직, 용역 파견이 대부분이지만 잘 찾아보면 정직원 또는 자치 관리하는 곳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조건이 다 갖추어진 곳 따윈 없습니다 시설관리 페이는 대기업 공기업이 아닌 이상 세후 250~350 수준입니다 맞벌이가 아니라면 먹고 살기 빠듯합니다. 24시간 맞교대 근무라면 쉬는 날 아르바이트하기엔 좋습니다. 아파트에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기술은 별거 없습니다. 램프 갈고 안정기 갈고 차단기 갈고 메가로 누전 체크하고 각종 수전, 고압 호스 교체할 줄만 알면 일단 일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대신 정말 말 그대로 간신히 안 잘릴정도 근무가 가능한 것입니다. 아파트 시설관리라고 하면 다들 무시하는데 그건 기존에 일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아서 그런 인식이 박힌 겁니다. 몰라서 안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할 줄 알아도 귀찮아서 안 하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전기 시설물 관리를 잘하려면 건설현장에서 6개월에서 1년 정도 일해보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배관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천장 조인트 박스 위치는 대충 어디쯤 되는지 바닥 전선배관은 어떻게 얼마만큼 깊이로 설치되는지 선은 어떻게 까야 되는지 전기 용어, 입선하는 법, 전선 조인트 방법, 간단한 도면 보는 법 이런 정도만 배우면 충분합니다. 시설관리에 엔지니어는 필요 없습니다. 그냥 이론에서는 약해지는 테크니 셔 정도면 충분합니다. 오히려 전기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는 전문가보다는 기계 설비 통신 소방 건축 마루 가전 가스보일러 타일 이 모든 것을 유지 보수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죠. 하지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아파트가 많으니 아파트로 예를 들지요. 방충망 아파트 단지에 가끔 포터 몰고 방충망 업자가 들어옵니다. 게시판에 공고를 하고 들어 올 수도 있고 입주 아파트는 미세 방충망으로 바꾸라고 아예 단지 안에 상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말 쉽습니다. 교체하는 것 두 번만 보면 롤러 방충망 고정 고무만 사서 일반인도 따라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설비 저도 과거에는 닛플과 유니온이 뭐가 다른지 모르던 때가 있었습니다. 신주(놋쇠), pb, 엑셀, 주철, 흑철, 스텐 기타 등등 이건 간단합니다. 내가 잘 모르니 외주를 주고 설비 업자를 부를 것입니다. 관리감독이든 뭐든 간에 핑계를 붙여서 수리할 때 참관을 하십시오. 그리고 유심히 손짓 하나하나를 보세요. 처음에는 잘 모릅니다. 한번 보고 하나하나 손짓의 의미를 알정 도면 아마 절대로 시설관리 직종은 하지 않을 거라 확신합니다. 변기를 세면기를 욕조 철거를 타일 교체를 바닥 방수를.. 생각보다 아파트는 설비 민원이 많습니다. 한 1년 정도 업자를 따라다니며 지켜보면 웬만한 상황과 수리 교체하는 방법은 자동으로 터득하게 됩니다. 물론 왜 이렇게 작업해야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할 수는 있습니다. 설비 민원이 들어오면 직접 한번 해봅시다. 물론 자신이 전문가 아님을 설명하고 최악에 경우에는 파손의 우려가 있다고 설명해줍니다. 파손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쿨하게 손해에 대해 배상해줄 각오도 필요하겠죠. 유튜브에 좋은 영상이 많지만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에는 비교 대상이 못되고 직접 해보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정 안되면 배상하면 됩니다. 입주 아파트일 경우 시공사 하자보수팀과 친해지세요. 따라다니다 보면 강화마루 온돌마루 들뜨는 것 같은 간단한 보수방법이나 도배 보수 새시 보수 같은 유용한 기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시설관리직에서 인정받으려면 모든 분야에서 기본 이상의 기술을 습득하고 작업시간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보다 현저히 더 소모되더라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고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면 어디서도 무시받지 않는 기술자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뭘 하건 간에 기술만 있다면 무시받지 않고 어떤 상황이 닥쳐도 대처할 수 있으니 마음도 항상 편해질 것입니다. 이왕 하는 일 인정받으면서 가끔은 여기 자리 비는데 이쪽으로 이직하면 안 되겠냐는 연락도 받으면서 일하면 더없이 좋지 않겠습니까?

댓글